아파트 화재 시 ‘무조건’ 대피는 위험…“상황 따라 방법 다르게”
대피 중 인명피해 발생 39%…다른 층으로 안 번지면 오히려 집이 안전
아파트 화재 시 인명피해는 대피 중 또는 화재진압 중에 많이 일어나는 만큼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화재 상황 등을 판단해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청은 아파트 화재 시 입주자에 대한 피난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의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선방안’을 마련해 안내했다.
이는 그동안 화재가 발생하면 장소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대피를 먼저 하도록 했으나 아파트의 경우 대피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3년간 아파트에서 8360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화재로 사망 98명과 부상 94명 등 104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 특히 대피 중에 발생한 건수는 39%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지난 3월 6일 수원의 한 아파트 1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상층 입주민들이 대피하던 도중 연기에 의해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불은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았고 40여 분만에 모두 꺼져 오히려 집 안에 대기하는 편이 안전할 수 있었다.
이에 소방청은 지난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7개월 동안 한국소방안전원과 국립재난안전원 등 관련 전문가 18명이 참여해 아파트 화재 피난안전대책 개선방안 TF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인명피해 예방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빅데이터 분석으로 화재발생현황 및 연소 확대 특성, 인명피해 행동별 특성과 물적 특성 등을 파악했다.
또한 계단식과 복도식으로 구분한 화재 발생 아파트 현장조사와 입주민 등에 대한 인터뷰,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화재 상황 및 대피 여건에 따른 맞춤형 피난안전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먼저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현관을 통해 대피할 수 있으면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다.
만약 현관 입구 등에서의 화재로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피 공간이나 경량 칸막이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 대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른 세대나 복도, 주차장 등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본인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세대 내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하고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창문을 닫는 것이 좋다.
그러나 집으로 화염 또는 연기가 들어오는 경우라면 집에서 불이 났을 때와 같이 대피공간으로 이동하는 등 각각 행동해야 한다.
아파트는 다른 층으로 연소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피하는 도중에 연기 질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실내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는 무조건적인 대피보다는 실내에 대기하면서 창문 등 연기 유입통로를 막고,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하는 편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한편, 소방청은 이번 피난안전대책 중의 하나로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4개월 동안 실시하는 ‘우리 아파트 피난계획 세우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참해 자기 아파트 환경에 맞는 대피계획을 세우고 대피경로를 작성 및 공유하며 소방·피난시설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다.
박성열 소방청 화재예방총괄과장은 “화재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피난안전대책을 개선한 것에 이어, 더욱 효과적인 화재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피난 안전을 위해 평소 가족회의를 통해 유사시 어떻게 피난할 것인지 계획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사람희망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호승 기자 다른기사보기